서울가정법원, 기존 판례의 ‘실종선고 청구인 범위’ 폭넓게 인정
부재자의 상속인 아니어도 ‘실종선고’ 가능해졌다
– 박영덕 법무사, 의뢰인 처지 적극 소명한 ‘실종선고심판청구서’ 작성해 인용 결정 얻어내 – 상속재산 처분에 있어 상속인의 편의와 권리 보장, 법무사의 생활법률전문가 위상 증명
상속재산 처분을 위해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를 해야 하나 부재자의 1순위 상속인이 아니면 실종선고 청구를 할 수 없어 난감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재자의 1순위 상속인이 아니어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실종선고 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이남철)는 13일, 부재자의 처남으로 상속인은 아니었으나 실종선고 없이는 상속재산을 처분할 방법이 없는 청구인의 처지를 적극 소명한 박영덕 법무사(57ㆍ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소속)의 실종선고심판청구에 대해 최근 서울가정법원이 인용 결정(2021.10.19. 2020느단2781)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사망한 어머니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을 상속등기하려다 어려움에 처했다. 3남매 중 20여 년 전에 사망한 여동생의 대습상속인인 매제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속재산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이 동의해야 하므로 매제의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독일인인 매제는 오래 전 독일로 돌아가서 현재는 연락이 끊어져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매제의 실종선고를 하려고 했으나 매제의 1순위 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인 적격이 문제 되었다.
기존 대법원 판례(92스4, 92스5, 92스6 결정)에 따르면, “부재자에 대하여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은 그 실종선고로 인하여 일정한 권리를 얻고 의무를 면하는 등의 신분상 또는 재산상의 이해관계를 갖는 자에 한한다”고 하여 “부재자의 종손자로서, 부재자가 사망할 경우 제1순위의 상속인이 따로 있어 제2순위의 상속인에 불과한 청구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부재자에 대하여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신분상 또는 경제상의 이해관계를 가진 자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제1순위 상속인’으로 한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의 의뢰를 받아 실종선고심판청구서를 작성한 박영덕 법무사(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는 청구인이 부재자와 처남매제 관계로 1순위 상속인은 아니었지만, 실종선고 없이는 상속재산을 처분할 방법이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실종선고는 주소 또는 거소를 중심으로 하는 사법적 법률관계만을 종료하는 것이므로, 외국에 거주하는 매제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가정법원이 상속의 이해관계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박 법무사는 실종선고심판청구서를 작성하며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했고, 결국 2020느단2781 실종선고 사건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법원이 처남매제 관계로서 1순위 상속인 순위에 속할 수 없는 청구인의 실종선고를 인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영덕 법무사는 “기존의 판례가 있다 하더라도 사건의 특별한 사정과 구체적인 타당성을 충분히 소명하면 법원의 인용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었지만 의뢰인의 고충을 해결해 주어 보람이 크고,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오영나 대한법무사협회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가정법원이 기존 판례의 취지를 폭넓게 해석하여 상속인의 입장에서 편의와 권리를 보장해준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무엇보다 법무사가 민생과 직결된 비송사건에 있어 실력과 진심을 가진 법률가라는 점을 거듭 증명한 사건으로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